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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짓 일기

북북북 : 독서기록 공유 서비스, 기획의 시작!

응_그래 2017. 11. 1. 15:35
나는 늘 주류가 아닌 것에 관심을 가진다.
주류가 아닌 것에 관심을 가진다기 보다, 주류인 것만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에 불만을 느낀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생각해내는 대부분의 아이디어들은 사람들이 굳이 들여다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것을 조명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작은 프로젝트도 마찬가지다. 가제는 북북북.


_시작

안전가옥에 일을 시작하고 난 뒤 앱이든 웹이든 무언가를 기획하던 때의 머리가 잘 안 쓰이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다.
안 쓰던 머리를 좀 깨우고 싶어서 친구들을 모았다.

개발자 친구1, 나 같은 친구1(이 친구는 나보다 좀 더 마케터 성향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나1. 총 3. 

매일 모이자 모이자 말은 하면서 못 만났고, 그런 시기가 두 달이 다 되어갈 쯤 이미 내 에버노트에는 만나서 만들고 싶은 서비스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가득했다. 하지만 막상 만나서 그걸 말로 풀다보니 이야기를 듣는 친구들에게도, 이야기를 하는 나에게도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서비스는 몇 개 되지 않았다.

그 중에 낙찰 된 서비스가 바로 북북북.


_서비스 첫 틀

처음 이 아이디어를 구상했을 때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 베스트셀러가 아닌, 사람들이 자기 마음에 닿는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음 좋겠다.
: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책 취향이 존중받을 수 있음 좋겠다.

아마 취향, 책, 글 이런 키워드들이 내 아이디어에 묻어나올 수밖에 없었던 건, 내가 안전가옥이라는 공간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일 거다. 아무튼, 나와 친구들은 위의 두 문장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정리했다.

: 어떤 책에 대한 리뷰나 칼럼보다 더 사람들에게 강렬하게 다가가는 건, 책 한 페이지에 있는 인상적인 한 두 문장이 아닐까.
: 책 제목이나 저자가 아니라, 책 속의 좋은 문구들을 둘러보고 내가 마음에 드는 글들을 스크랩해둘 수 있다면, 언젠가 읽을 책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지 않을까.
: 남이 읽은 책들 뿐 아니라 내가 읽고 있는 책에서 만난 인상적인 페이지들도 쉽게 아카이빙할 수 있다면 간편한 독서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 독서일기가 나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 책의 한 페이지를 둘러보는 것 만큼, 책을 읽고 있지 않아도 책을 읽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낄 수 있는 수준의 지적 자극은 별로 없지 않을까

그래서 서비스의 큰 틀을 북 / 북북 / 북북북 세개로 가져가기로 했다.

북북북 :  피드 - 남들이 올린 책 속 한 페이지 사진 + 그에 대한 코멘트 / 남의 컴텐츠 저장 가능
북북 : 피드 - 내가 올린 책 속 한 페이지 사진 + 그에 대한 코멘트 / 내가 저장한 남의 컨텐츠 / 내가 만든 컬렉션
북 : 페이지 - 하루 한 번 에디터가 보여주는 한 권의 책 속 한 페이지

+ 손 쉽게 자신의 독서 생활을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텍스트 기록보다는 사진 기록으로, 웹보다는 앱으로 방향을 결정했다.


_서비스 정체성

이쯤까지 이야기했던 것은 다음과 같다.
: 책에 끌리는 요소 '한 장의 인상적인 페이지'에 집중한다. 
: 북북북은 책을 큐레이션해주는 서비스가 아니라 둘러볼만 한 서비스여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우연히 좋은 발견을 할 수 있어야 한다.
: 책을 읽지 않아도 한 페이지와 그에 대한 타인의 생각을 접하는 것만으로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실제 앱 제작을 시작하면서 앞서 이야기했던 북 / 북북 / 북북북의 큰 틀은 물론, 무너졌다. 하지만 위에 말한 세가지 정체성을 아직까지는(?) 잘 가지고 가는 중이다. 

'한 장의 인상적인 페이지'에 집중하기 위해 우리는 책의 제목과 저자를 첫 피드 화면에서는 전혀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책의 한 페이지를 담은 사진만 전면에 내세운다. 물론 사진을 터치하면 같은 책의 다른 페이지를 찍어 올린 컨텐츠들을 모아서 확인할 수 있도록 플로우를 구성했다. 아마 이 부분은 계속 유지할 것 같다.
둘러볼만 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너에게 딱 맞는 책은 요거'이런 건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팔로우, 좋아요 기능 이런 걸 다 배제했다.
책 한 권 속 한 페이지를 찍은 사진과 이에 대한 타인의 생각만으로 책을 읽은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이건 계속 고민 중이다. 사람들이 어떤 컨텐츠를 만들어낼지도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우리가 원하는대로 쓰게끔 유도하는 것, 이것도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우선 만들어 보고 테스트를 해 봐야 좀 더 명확하게 그려질 것 같다.


다음 글에서는 북 / 북북 / 북북북의 큰 틀이 어떻게 무너졌고, 어떻게 더 나아져가고 있는지에 대해서 써보아야겠다.
+ 내 인생 첫 와이어프레임그리기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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