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업 일기 (9)
온갖 기록
- 월간 안전가옥을 써야 할 시기가 다가올 때마다 아니, 벌써 한 달이? 하고 생각한다. 새삼스럽게 또 한 달이 흘렀다. 이번엔 또 어떤 안전가옥의 이야기를, 그리고 나의 이야기를 쓰면 좋을까 고민하면서 지난 한 달 간 안전가옥에 있었던 일들을 곱씹는다. 4주에 걸쳐 진행된 스토리디자인 워크샵도, 단편영화 GV도, 직접 만든 칠판을 통해 라이브러리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시작한 것도, 시즌패스 멤버들과 함께 와인잔을 기울이며 색다른 안전가옥에서 색다른 시간을 가진 것도 모두 11월의 이야기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벌써 한 달이 흘렀다니? -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면 안전가옥을 오고 가는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어떤 일을 하는 분일까, 어..
안전가옥은 '작가 커뮤니티'를 지향한다.안전가옥의 지향점은 '좋은 이야기'이다. 작가가 모이면,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11월 초, 북바이북에서 진행 된 장은수 작가 번개에 다녀왔다. 그리고 강연을 들으면서 안전가옥이 지향하는 '작가 커뮤니티'와 '좋은 이야기', 이 둘 사이의 연결 지점을 약간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 서점 북바이북은 판매하고 있는 책의 작가와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 일명 '작가 번개'. 책의 내용을 간추려 작가가 직접 소개하는 강연 형태부터 토크쇼, 워크샵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행사들은 1) 손님들이 매장을 계속 주목하게하고 2) 매장에 오고가게 하며 3) 음료나 책 판매와 시너지를 낸다는 점에서 엄청난 컨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라는 책을 읽진 않..
안전가옥에 함께 하기 전, SF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범접할 수없는'이라는 형용사였다. 장르에 대한 내 무지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최애 작품의 세계관이나 그 속의 설정들이 얼마나 그럴듯한지에 대해 반짝이는 눈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나면 '아니 범인인 제가 어찌 감히..'와 같은 태도를 취하게 됐다. 그것이 늘 라이브러리 컨시어지에 앉아있는 사람으로서 마음에 걸렸다. 이야기를 쓰는 사람들을 누구보다 응원하는 내 마음이 퇴색될까 걱정됐다. 그래서 라이브러리에 있는 장서들의 위치를 얼추 익히게 된 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야금야금 SF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안전가옥 SNS 채널에 올릴 책을 탐색하며 여러 리뷰와 칼럼들을 들춰보고, 재밌어 보이는 책들을 발견하면 노트 한구석에 적어뒀다가 새..
안전가옥에 함께한 지 거의 3개월이 다되어가는 지금, 나는 안전가옥 안에서 어떤 사람일지,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내가 늘 앉아있는 자리는 라이브러리 입구 우측 컨시어지이고 라이브러리를 지키고 있는 만큼 이곳에 어떻게 내 색깔을 더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하지만 우선은 장르문학을 더 잘 알아야겠기에 틈틈이 공부하며 읽는다. 명함에는 'Community Manager'라는 직함이 적혀있지만 평소에 가장 많은 시간을 쓰는 일은 SNS에 업로드할 컨텐츠를 고민하는 일이며, 오프라인 이벤트가 예정되어있을 때는 그 일에 좀 더 힘을 쓴다. 하지만 늘 직함에 맞는 임팩트를 만들고 싶어서 아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만들어가고자하는 커뮤니티의 모습을 상상하며 그 사람들에게 어필될 수 있는 ..
인스타그램에 컨텐츠를 올릴 때마다 항상 달게 되는 태그들이 있다. #안전가옥 #성수동 #장르문학 #작가 #커뮤니티 이 다섯 개의 태그는 ‘안전가옥은 성수동에 있는 장르문학 작가들을 위한 커뮤니티 공간입니다’에서 데려왔다. 하지만 안전가옥은 하나의 공간인 동시에 안전가옥에 속한 사람들을 묶는 브랜드, 즉 커뮤니티 그 자체의 이름이기도 하다. 안전가옥의 운영멤버들, 책을 읽고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 글을 쓰고자 이곳을 찾는 사람들, 안전가옥이 만드는 이야기와 행사, 이 안에서 오고가는 모든 이야기들이 ‘안전가옥’이라는 단어 하나로 묶이는 거라면 나는 이 커다란 그림 안에서 어떤 자리에 어떤 모습으로 위치할 수 있을까. 처음 안전가옥을 소개하는 글을 읽고 '저 안에 속하고 싶다'라는 단박의 생각에 사로잡혔던 ..
나는 8월 1일부터 안전가옥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 즈음 안전가옥이라는 공간을 처음 만났다. 제 위치를 찾지 못하고 서있던 책장들, 여전히 공사 중이었던 지라 여기저기에 굴러다니던 비닐과 장비들, 먼지 쌓인 테이블. 한 달 전 안전가옥이라고 하면 믿기지 않을 만큼 어수선했다. 함께 일하는 뤽과 에이미 말에 따르면 그 때 내가 만난 안전가옥도 전과 다르게 변한 모습이라고 했다. 입사한지 얼마 안돼서 티는 크게 못 냈지만 처음 안전가옥을 보고 얼마나 설렜는지 모른다. 갓 합류한 나로서는 이곳이 어떻게 채워질지 전혀 상상이 되지 않았는데, 그래서 더 설레었다. 상상이 되지 않는 일을 시작한다는 사실이 좋았다. 이 글을 예쁘게 쓰고 싶어서 8월 한 달을 한 단어로 정리해보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아무리 아닐 거야...
안전가옥의 첫 일주일이 지나갔다. 잊고 싶지 않은 것들을 잊기 전에 기록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일주일간 느낀 것들을 나열해 보았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자문하기- 안전가옥의 Key question은 ‘이렇게 하면 정말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이다. 예전에는 핵심 질문의 중요성에 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어떤 사업 혹은 집단이 가지고 있는 미션을 단순히 마침표로 끝나는 문장으로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물음표를 달고 있는 질문으로 공유할 때 가고 있는 길의 방향의 옮고 그름을 훨씬 명확한 방식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 같다. 핵심 질문은 의견을 나눌 때 구성원들이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준이 될 뿐만 아니라, 혼자 이런 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려 볼 때에도 그 아이디어의 가치를 ..
안전가옥이 공식적으로 사람들에게 처음 소개된 자리였다. 지난 달 말까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을 통해 안전가옥에 후원해주신 분들을 위한 자리였고, 오후 2시와 오후 6시 두 차례에 나누어 행사가 진행되었다. 전체적으로 Rick의 리딩하에 행사가 진행되었고, 안전가옥 투어, 안전가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케이터링으로 꾸며진 소소한 행사였다. 후원자 분들 중에는 Rick과 Amy의 지인이 많았지만 정말 안전가옥이라는 공간자체에 매력과 흥미를 느껴서 후원해주시고 참석해주신 분들도 계셨다. 누군가가 이 공간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앞날을 기대해주고, 그 마음 하나로 이 자리까지 찾아온다는 사실이 참 신기했다. 이런 부분은 공간사업이 아니고서야 몸으로 눈으로 느끼기 힘든 감정이 아닐까 싶다. 합류한지 얼마..
너무 기대되는 마음에 웃음이 새어나오는 경험을 한 일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평소에도 표정관리를 잘 하는 편은 전혀 아니지만 그 날은 유독 그랬다. 스스로도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마음이었고, 그래도 괜찮은 곳인 것 같았다. 2017년 8월 1일 안전가옥에 첫 출근을 했다. 표정관리에 실패했던 그 날의 만남 이후 3주 정도가 지난날이었다. 안전가옥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생각보다 더 멋진 곳이었고 더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좋은 사람들이 가치 있는 일을 꾸려가는 과정에 내가 함께 할 수 있다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니! 참 신난다! 첫 출근을 하고 나니, 내가 왜 처음 안전가옥과 같은 일들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되짚어보게 된다. - 서른셋이 되기 전에 다시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