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기록
Out Of Index : 실험적이어도 괜찮아,가 아닌 실험적이어야만 한다! 본문
2016 OOI에 이어 올 해 OOI도 다녀왔다.
Out Of Index는 실험게임페스티벌이다. <실험이 없는 창작은 창작이 아니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있는 만큼 기존 게임과 얼마나 다른가, 얼마나 실험적인가, 를 전시작 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OOI에 가면 어디서 꼭 본 것 같아도 생각해보면 전혀 본 적 없는 새로운 메커닉과 느낌을 가진 게임들을 플레이해볼 수 있다. 전시작들의 일부는 시중에 출시되어있지만 레벨이나 맵의 빌드 업이 아직 부족한 베타버전인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물론 플레이하며 해당 게임의 실험 정신을 체험해보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다. 이번 2017 OOI의 경우 12개의 게임이 전시되었는데 그 중 두 작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해외에서 출품된 게임이었다.
작년에는 약간 규모가 있는, 멀끔한 홀 같은 곳에서 페스티벌이 진행되었는데 이번에는 아트홀 공이라는, 약간 폐공장 느낌이 나는 곳에서 진행되었다. 같이 갔던 친구는 작년느낌이 좋다고 했지만 나는 뭔가 이번에 진행된 장소가 더 ‘실험’이라는 코드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게임을 꼽자면, 미국에서 형제가 운영한다는 게임스튜디오 Seemingly Pointless(스튜디오 이름도 마음에 든다)의 <You must be 18 or older to enter>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게임은 어린 아이가 처음 포르노를 보는 상황을 플레이어가 경험해볼 수 있도록 하는데, 프레젠테이션에서 듣기로는 공포 장르의 클리셰없이 공포물을 보는 긴장감을 플레이어에게 선사하고 싶었다고 한다. 이 게임의 제작자는 아쉽게도 이번 페스티벌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래서 게임에 대한 소개와 평가는 선정작 프레젠테이션 시간에 OOI 운영진들이 진행했다. 그 중 인상 깊었던 말이, 한국의 많은 게임 개발자들은 전달하고 싶은 사용자(플레이어)경험을 만들기 위해 게임의 메커닉의 변형이나 스토리텔링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 같은 경우에는 그 외의 다른 요소들에 더 신경을 써서 간단한 플레이 진행만으로도 플레이어에게 원하는 분위기와 경험을 선사한다는 것이 실험적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나 같은 경우에도 게임의 제작의도를 다 들은 후에 게임을 플레이해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울 만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괜히 신경 쓰이고 긴장되고 뭔가 하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었다. 이 게임을 하면서, 특별한 플레이 경험의 전달이라는, 혹은 어떤 교훈적인 메시지 전달이라는 분명한 게임 제작의 목표가 실험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이걸 전달 할 거고, 그 수단이나 방법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것이 어쩌면 장려될만한 실험정신이 아닐까?
나는 다양함, 비주류 같은 키워드라면 어떤 장르에 상관없이 관심을 갖게 된다. 그 기저에는 항상 약간은 달라도, 혹은 약간은 어긋나도 ‘괜찮다’라는 생각이 깔려있었다. 하지만 OOI는 달라야만, 어긋나야만 ‘제대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꾸준히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색다른 게임들을 플레이해볼 수 있는 경험도 나에게는 소중했지만, 다름, 비주류, 실험과 같은 단어들이 얼마나 ‘정상’보다 멋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 것들인지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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