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기록
안전가옥 : 작가 커뮤니티, 좋은 이야기와 독자 사이의 연결 본문
안전가옥은 '작가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안전가옥의 지향점은 '좋은 이야기'이다.
작가가 모이면,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
11월 초, 북바이북에서 진행 된 <출판의 미래> 장은수 작가 번개에 다녀왔다. 그리고 강연을 들으면서 안전가옥이 지향하는 '작가 커뮤니티'와 '좋은 이야기', 이 둘 사이의 연결 지점을 약간이나마 가늠할 수 있었다.
* 서점 북바이북은 판매하고 있는 책의 작가와 독자들이 만날 수 있는 장을 적극적으로 마련한다. 일명 '작가 번개'. 책의 내용을 간추려 작가가 직접 소개하는 강연 형태부터 토크쇼, 워크샵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행사들은 1) 손님들이 매장을 계속 주목하게하고 2) 매장에 오고가게 하며 3) 음료나 책 판매와 시너지를 낸다는 점에서 엄청난 컨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판의 미래>라는 책을 읽진 않았지만 '출판'과 '미래'라는 두 단어에 홀딱 홀려 신청했던 번개였는데, 막상 내용을 들어보니 오히려 '편집'의 '현재적 방향성'을 다루고 있었다.
내용을 나의 언어로 초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 단군이래 출판업은 늘 사장산업이라 하지만, 사실 독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책이 충족시켜 주던 니즈는 사라지지 않았다. 책의 존재를 알아야 할 사람들이 모르고 있을 뿐.
- 편집자는 독자가 가진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저자와 연결해주는 사람이다. 즉, 책의 사용성을 독자에게 제안해주는 사람이 편집자인 것. 이건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 그런데 요즘 시대에는 재밌고 좋은 책이라고 해서 독자들이 알아서 찾아주질 않는다. 게다가 해마다 출간되는 책의 수는 늘어만 가는 중. 따라서 책이 '발견'되기가 너무 너무 어려워져 버렸다.
- 그렇다고해서 출판사가 독자들을 찾아다니는 것도 불가능하다. 전통적인 지표로 '이런 사람이면 이 책을 좋아하겠지'하고 판단하는 것이 더이상 의미없기 때문.
- 그래서 이제는 독자를 출판사 근처에 머무르게 만들 요인을 개발해야한다. 아니면 독자 자체를 개발하거나. 그렇게 독자와 책을 잘 연결해주는 편집자만이 살아남는다. 그 방법은 여러분이 알아서 각자 찾으시길-
이 맥락 안에서 작고 큰 이야기가 오고갔는데, '작가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안전가옥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런지 유독 인상깊게 다가 온 문장들도 있었다.
+ 책이 소셜 관계를 만드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
+ 사전 혹은 사후에 관계(열광, 대화, 친교)가 결여 된 노출은 아무 의미가 없다.
+ 독자에게 혜택-like가격-과 정서적 충족-like공유욕, 예쁨, 여기에 내가 한 가지 더하자면 과시, 친교 등의 사회적 욕구-을 동시에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 한 명의 저자가 점점 그 자체로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간다. 따라서 저자 매니지먼트가 출판사의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로 자리잡고있다.
이 날 장은수 작가의 강연은 전적으로 좋은 책을 만들고 그 책을 팔아야만 하는, 그래서 끝끝내 살아남아야 하는 편집자의 이야기였다. 물론 안전가옥이 출판사와 완전히 같다고 볼 수는 없지만 생각할 거리들을 여럿 안겨주었다.
안전가옥의 세 축은 1) 공간 2) 커뮤니티 3) 창작지원서비스이고, 그 커뮤니티는 작가와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이 세 가지는 안전가옥의 핵심질문 "어떻게 하면 좋은 이야기가 나올까?"의 답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글의 서두에서 말한 것 처럼 안전가옥은 작가 커뮤니티를 통해 세상에 좋은 이야기를 더 많이 만드는데 기여하고자한다.
하지만 결국 그렇게 만들어진 좋은 이야기가 그 이야기를 필요로하는 사람에게 닿을 수 없다면, 결과적으로 그것이 좋은 이야기라고 여겨질 수 있을까? 물론 '좋은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럴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고, 그걸 갖추는 게 우선이다. 그리고 안전가옥은 이 부분을 만족시키는데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당하고 있다. '애초에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는 글이 아니라면 누군가에게 닿았다 한들 아무 의미가 없다'는 장은수 작가의 말처럼 좋은 이야기여야 독자들에게 발견되었을 때 그 가치를 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서, 나는 안전가옥 커뮤니티가 좋은 이야기의 출생지임과 동시에 그 좋은 이야기를 더 잘 발견되도록해주는 브랜드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마 이 부분은 작가를 위한 물리적, 심정적, 혹은 시스템적 지원만으로는 이뤄지기 힘들지 않을까. 작가에게는 노력의 결과물이 더 잘 '팔리고 읽힐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 커뮤니티에 들어올 충분한 동인을 제공하고, 독자들에게는 작가들의 커뮤니티에 함께함으로써 책이 전하는 지혜나 지식 외의 것들을 더 얻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작가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라서 사람들이 조금 더 그들의 결과물에 주목하고, 한 번이라도 더 찾게 만들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 커뮤니티'라는 정체성. 그 자체로 독자와 작가 사이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도록 말이다. 이상적인 이야기같지만 불가능한 이상같아 보이진 않는다.
이런 생각을 기준으로 지금 안전가옥의 프로그램이나 상품 구성을 점검해보면, 우선 안전가옥의 두 종의 패스 -매니아가 라이브러리를 정해진 기간안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안전가옥 '시즌 패스'/작가가 입주를 통해 편하게 작업할 수 있는 '스튜디오 패스'-는 독자와 저자를 한 공간에 존재하게 하는 좋은 동인이라고 여겨진다. 위의 관점으로 본다면 매니아를 위한 시즌패스 또한 궁극적으로는 작가를 지원하는 서비스가 되는 격이다. 다음으로 안전가옥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들 -컨텐츠에 대한 토론의 장(블러벙), 유희를 위한 장(목벙, 나잇트 오브 술게임), 글쓰기 워크샵(스토리디자인 워크샵, 멤버 이벤트(시즌패스 멤버 이벤트) 등-은.. 음. 독자와 창작자가 만나는 행사들만 두고 본다면, 아직까지는 그 안에서 와닿는 맥락을 발견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창작자와 매니아 간의 접점, 혹은 매니아들 사이의 접점은 마련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좋은 이야기의 탄생'이나 '좋은 이야기의 발견'에 종사하는 자리였다고 볼 수 있을까? 아직까지 잘 모르겠는,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만이 머리에 가득하지만 안전가옥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들로 우리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그것을 리터럴리 말이 아닌 행사의 성격 자체로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단편적인 방향성이자 바람은 가지고 있다.
안전가옥이 주 대상으로 하고 있는 손님은 결국 '작가'이기 때문에 주된 프로그램과 상품들은 작가 위주로 운영되고 구성되겠지만, 결국 좋은 이야기의 완성은 독자이기 때문에 결코 놓아선 안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안전가옥 커뮤니티에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더 읽고 싶고 자연스럽게 소장하고 싶게 만들 수 있을까. 안전가옥에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어떤 대화를 할 수 있게 만들어야할까. 그리고 거기에 어떤 성격의 프로그램과 이벤트가 도움이 될까. 으어어..
늘 갈 길이 먼 것만 같으면서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 상상이 너무 뚜렷해서 오히려 더 조급해질 때가 있다. 마음은 느긋하게, 몸과 머리는 바쁘게 굴리다보면 그 날을 생각보다 빠르게 마주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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