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기록
아무 말, 아무 글 : 12. 몰입-연결 본문
한 사람은 한 순간에 하나의 선택지만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항상 수많은 선택지가 공존한다. 이렇게 당연한 두 사실을 인정하기가 이렇게 어렵다니.
늘 가지 않기로 결정한 길에 미련을 둔다. 나는 종종 이런 미련을 욕심이라고 부르는데, 이제는 그 수준이 욕심을 넘어 멍청함에 닿았다. 그저 세상이 생겨먹은 모습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멍청함. 하고 싶은 것들을 다 끌어안고 살면서도 무사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멍청함.
하지만 다행히 한 번 내린 선택의 다음이라는 것 또한 항상 존재한다. 내가 이번에 A라는 선택을 내렸다 하더라도 다음엔 B라는 선택을 내릴 수 있다는 것. 나는 그 두 선택을, 더 나아가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들 사이의 연관성을 내가 어떻게 가지고 갈 것인가 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연결을 만들기 위해서는 내가 선택해서 겪게 되는 모든 경험들의 질이 정말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매 순간 그 경험 속에 얼마나 몰입하는지에 따라 그 경험의 주관적인 중요도가 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되도록 나를 몰입하도록 만드는 일을 선택하고자 노력하고,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흡수하며 배우려고 애썼다. 미련의 수준이 멍청함이 되기 전까진 이게 꽤 잘 됐다. 오히려 약간의 미련은 몰입에 도움이 됐다. 내 선택에 최선을 다해서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함이기도 했고, 포기한 선택지까지 끌어안으려 나라는 사람을 성장시키기 위함이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게 약간 힘들어졌다. 갑자기 내가 갈 수 있는 길의 자유도와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주위에서 묻는 질문들이 늘어간다. 너가 하고 있는 일이 정답이 맞니? 하고 계속해서 묻는 것만 같은 느낌. 처음 이 ‘아무 말, 아무 글’을 시작했을 때,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적어도 내 삶 안에서는 정답이길, 정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여전히 주위에서 하는 몇 가지 말들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내 자신을 보다보면, 거의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난 시간 속에서 내가 얼마나 단단해 졌는지 정말 아리송해진다.
조급해하지 않고 조금 더 묵묵하게 지금에 몰입하고 싶다. 불안함을 과장해서 느끼기 보다는, 예전에 내가 그랬듯 이미 걷고 있는 길에서 내가 배우게 되는 것들, 확인하게 되는 것들, 그래서 단단해져가는 내 안의 무언가를 얻어가며 지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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