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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말, 아무 글 : 13. 불완전이 나의 완전 본문

아무 말, 아무 글

아무 말, 아무 글 : 13. 불완전이 나의 완전

응_그래 2017. 8. 28. 20:34

졸업하기 위해 입학했던 대학이었다. 하지만 졸업이 이렇게 다음 주로 다가오고 나니 내 대학생활은 언제 멈췄어도 아름다웠을, 가득했을, 끌어 올랐을 그런 시절이었음을 알게 된다. 그럴 수 없을 만큼 매 순간에 최선을 다했다. 아는 게 부족해서 나를 살릴 것 같은 일들에 뛰어드는 것에 겁이 없었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았을 때에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못할 만큼 상처 난 마음에 고통스러워했다. 잠깐의 평화조차 지겹게 느껴질 정도로 항상 극단에 치닫으며 지내왔다. 힘겨웠지만 그래서 더 많은 것이 남았다. 그 시절 어느 순간에 대학을 떠났다한들 나는 지금의 이 기분과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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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살면서 마주하게 될 불안들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 세상이 얼마나 많은 불안정으로 가득 찬 곳인지는 처절하게 알게 되었다. 오히려 어쩌면 그 깨달음이 인생의 흔들림을 견디게 해 줄 좋은 자양분이 될 런지도 모르겠다. 낙관하지 않고 바라본 세상을 조금 더 내 의지대로 살아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아름답지 않은 세상을 아름다운 태도로 살아보려 노력하는 것이, 내가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 대학에서 얻은 큰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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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한 사람은 그 사람이 만난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가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동시에 수많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대학에 와서 내가 스쳐간, 나를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 그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앞으로 나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좋은 기억들만 만들고 싶었던 것이 내 욕심이었다면, 여전히 그런 사람이고자 하는 것은 내 미련일까? 앞으로도 힘들만큼 많은 사람들을 뚫고 살아가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좋은 기억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 과정에서 좋은 기억만큼의 힘든 기억들이 생긴다 하더라도 멈추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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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마 그런 좋은 기억들은, 마냥 새로운 기억들만은 아닐 것이다. 이미 나와 함께 좋은 기억들을 만들어 온 수많은 사람들이 내 곁에 있기 때문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앞으로 예전만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는 없겠지만 그럴수록 고마운 마음, 사랑하는 마음을 아낌없이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힘들 때마다 내밀었던 내 손을 주저 없이 잡아주었던 그들 옆에서, 나또한 그들이 항상 손 내밀 수 있는 마음의 거리 안에 머물 것이다. 내가 이런 마음을 기꺼이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난 것은 내 인생의 엄청난 행운이고 앞으로도 이런 행운을 계속해서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벅차게 행복했던 지난 5년 반. 지독하게 오르락내리락 거렸던 시간들. 하지만 삶이 나의 것만이 그런 것이 아니라 세상이 생겨먹은 모양새임을 알게 된 시간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더욱 어울리며 살고 싶어졌다. 다가올 시간들이 기대되기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껏 내가 배운 것, 쌓은 것들을 기반으로 조금은 더 기대되고 살아볼만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 졸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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